네팔 영혼을 마주하다 | 정대원 | 2011-08-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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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말을 건네온다. "너머스떼“ 나 역시 말을 건넨다. “너머스떼”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줄곧 이어져갔다. 이건 성경책이야. 읽어봐. 하. 나. 님. 그들의 예쁜 입에서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온다. 말씀이 읽혀지고, 성경책을 손에 쥐어준다. 어떤 아이는 성경책을 거꾸로 들고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다시금 바로 잡아주니, 다시 열심히 본다. 말씀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주니, 그대로 따라한다. 그렇게 작은 입에서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온다. 그들이 보기에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나보다. 아이들이 배고파하는 것 같아, 숙소에 있던 작은 과자를 하나씩 쥐어주었다. 어느새 과자가 다 비워졌고, 그들의 눈엔 고마움의 미소가 번졌다. 그 때, 개념없이 이러한 말이 내게서 나오고 말았다. 나 사실 밥 안 먹어서 배고프다. 그랬더니 그 소녀가 이렇게 답례한다. 미안해요. 비스켓이 없어서요.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계시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구름이 자욱히 끼어있고, 아이들은 산을 오르내리며, 연신 손을 흔들어댄다. 하늘에서는 따스한 햇살이 지친 심신을 녹여준다. 그들의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하고, 어려움 그 자체이다. 한 나라의 수도에 반듯한 건물 하나 없는, 수도를 조금만 벗어나도, 금새 사람들의 인기척 조차 찾아보기 힘든, 자연본연의 모습이 네팔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영혼만은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인간 본연의 모습에는 늘 죄의 뿌리들이 서려있을 텐데, 이들의 눈망울을 보고있노라면, 어느새 신학마저 흔들리게 되는, 착함의 모습들이 그들의 미소에 그대로 반응한다. 찌든 인생조차, 그들의 미소를 상실하게 하지 않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다. 내가 만났던 네팔은 힌두이즘에 매여살지만, 그들의 영혼은 찌들지 않았음을 본다. 그들이 건네준 고마움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요. 매 끼니를 네팔음식으로 정성스럽게 차려준 가정과, 선교지를 돌아보고 오던 때, 자신이 직접 재배한 파인애플을 건네주었던 아주머니, 그리고 따뜻한 짜이를 건네주었던 가정. 그리고 교회를 세우기위해 작은 돌을 연신 힘껏 전해주었던 고마운 꼬마아이까지. 교회의 축대를 쌓기위해 땀을 흘려준 네팔인들이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 그렇게 네팔은 내게 마음껏 마음을 열어보여주었다. 작은 비스켓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나의 배고픔을 자신의 미안함으로 승화시켜 고백해준 소녀. 그들이 잠시잠깐 건네주었던 미소는 나의 고단함을 금새 잊게 만드는 특효약이었다. 네팔을 연상할 때,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또한 있다. 아침안개가 자욱히 끼어있는 고요한 산속에서, 쉬임없이 흘러내리는 맑은 물줄기. 밤에는 어둠의 꽃으로 세상을 밝혀주었던 수많은 반딧불. 그리고. 너무나 고마운 익숙한 청라 지체들. 그곳에서 본 성경말씀은 내 가슴에 그대로 박혀 떠날 줄 몰랐고, 짧은 기도문들은 내 머리를 휘감아 하루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나의 입술에는 함께 청라 공동체 안에서 기쁨의 소리를 뿜고 있었다. 특유의 웃음소리로 말이다.^^ 한 교회의 공동체가 세워지는 현장이었기에 내 가슴은 더욱 펌프질을 해댔다. 그들의 고백과 과거사를 들으며, 얼마나 이해되어지고, 진솔한 이야기가 오고갈수록 우리의 장벽은 쉴새없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는 시간이었기에. 밤마다 하루의 일과를 나눌 때에는 자신의 vision이 고스란히 배여있었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많은 선교지를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이토록 오지를 경험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선교의 밑바닥을 경험하고나니, 선교에 대한 부담이 더욱 생길법도 한데, 내 가슴엔 더욱 선명하게 새겨지고 있었다. “선교” 어떠한 장벽도 선교의 마음을 누그러뜨리지는 않았다. 지금껏 그래왔듯, 밑바닥에서조차, 하나님께서는 선교적 열정을 더욱 새차게 타오르게 하고 계셨다. 그렇게 선교사로서 앞으로의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가야할지를 선교사님의 이야기와 삶으로 체득하게 하셨다. 막연한 터널을 지나, 네팔의 따스한 햇살이 다시금 한치 앞을 보지 못했던 나를 깨워주었다. 그리고 문화에 고스란히 녹아내린 선교사님의 사역을 바라보며, 생각의 꿈들을 허락해주셨다. 어떻게 교회를 세워갈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역을 진행해 나갈지, 어느곳으로 가야할지,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준비해야할지에 대한 답을 듣는 너무나도 귀중하고 고귀한 시간들로 채워주셨다. 이것으로도 충분한 선물 안에는 또 다른 작은 글귀가 씌어있었다. “모든 기도제목에 신실하게 응답하셨군요.” 사실, 우리는 선교를 준비하며,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다. 직정인으로서, 너무나도 바쁜 일정 속에서 함께 시간을 떼어 낸다는 것이 여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에 비해 준비해야할 일들은 산적히 쌓여있었다. 언어와 율동, 찬양, 워십, 어린이사역 준비등으로 우리의 dday는 다가오고있었다. 하지만, 각자의 처소에서 릴레이로 기도하며, 토요일마다 모여 정해진 기도제목을 가지고 함께 기도했다. 또한, 성도님들께, 그리고 친구들에게 기도제목을 건네며 기도를 요쳥하였다. 다시금 돌아와 기도제목을 읽어보니, 어느것 하나 빠짐없이 고스란히 들어주셨음에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나도 신실하게, 날씨를 주관하셔서 우리의 모든 스케줄을 친히 인도해주셨다. 한사람도 고단한 일정속에서 아프지 않고, 건강함으로 감당토록 인도하셨고, 청라곧동체의 하나됨을 위한 한단계 도약점으로서의 발판이 되어주었다. 무엇보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음성을 각자각자가 들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감사하게 되는 대목이리라. 네팔비젼트립을 위해 함께 기도와 물질로 동역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청라공동체 모든 일원들의 수고와 헌신에 깊은 감사를 보내는 바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감당해야 할 일들을 감당해주었기에 청라공동체가 함께 지어져감을 경험했던 시간이었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청라 공동체와 사랑을 가르쳐준 네팔. 기억합니다. 바랭부릉이 지금은 구글에서조차 검색되지 않지만, 훗날, 그곳에 교회가 세워지고, 도서관이, 탁아소가, 학교가, 병원이, 기독마을이 세워질, LED십자가가 선명하게 서려있는 그곳을 함께 꿈꾼다. 힌두의 미소가 아닌, 저여머시의 미소를 마주할 것이다. 반드시. 저여머시! 예수승리! |
댓글 1
이신실 2011.8.20 04:22
정 전도사님의 글을 읽으니...나의 글쓰는 재주는 어디다 팔아먹었는가 생각해보게 되네요. 멋진 후기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