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 홈 >
  • 삶을 나누며 >
  • 삶의 향기
삶의 향기
가을의 기도 운영자 2017-09-21
  • 추천 0
  • 댓글 0
  • 조회 923

http://lightsalt21.onmam.com/bbs/bbsView/47/5324080

<가을의 기도>

김항석 집사

 

가을 입니다. 보통 라디오 통해서 듣던 노래들이 생각하는 계절 입니다. 가령 이용씨가 부른 ‘잊혀진 계절’이나 이소라씨의 ‘바람이 분다’ 이외에도 ‘가을이 오면’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등.

하지만 가을은 정말 기도하기 좋은 계절이며 요즘은 기도가 나라 안팎으로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이기에 노래들 보다는 아래 시가 생각납니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 입니다.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아버지의 마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학교 다닐 때 배운 김현승 시인의 대표 시는 ‘플라타나스’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시들 중 하나로 뽑는다면 ‘가을의 기도’를 생각합니다. 이는 김현승 시인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성경적 세계관을 반영하여 세상을 보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내용들을 형상화하여 독특한 시세계를 이룬다는 평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현승 시인은 대학 때 숭실 전문학교의 신사참배 거부로 졸업을 못하고 숭일 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도 신사참배 거부로 파면되는 수모를 겪었다고 합니다. 아픈 몸으로도 숭실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채플 시간에 쓰러지셔서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시인의 신앙과 문학을 감사하게 하는 가을 입니다. [참고로 우쪽 시인 ‘아버지의 마음’은 시인의 시들을 보다가 인상 깊어서 수록 합니다] 

    추천

댓글 0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양심이라는 법정/리차드 십스 신동식 2017.11.03 0 818
다음글 모험이 답이다. 신동식 2017.02.15 0 1267